마켓컬리도 시도한 게이미피케이션, 마이컬리팜
마켓컬리 가입한 지 거의 2년이 다 되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첫 구매를 했다.
이전에도 적립금이나 쿠폰 만료 안내 알림톡을 받고 '아 그럼 사볼까'라고 생각했다가 귀찮아서 넘어가길 반복했었는데,
이번에 장을 볼 때가 됐기도 해서 드디어 컬리 적립금을 사용하여 첫 주문을 한 것이다.
그러던 와중, 메인 화면에서 '마이컬리팜 시즌2'라는 배너를 발견했다.
다른 배너들은 무슨 내용일지 어느정도 예상이 되었지만, '마이컬리팜'은 어떤 내용일지 예상이 안되길래 궁금해서 클릭을 해보았다.
마이컬리팜은 사용자가 작물(방울토마토, 오이, 양파, 아보카도 중 택 1)을 선택하고 '물주기'를 통해 작물의 목표 수확량에 도달하면 해당 상품을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주는 서비스이다.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이커머스인 마켓컬리도 도입한 것이다.
작물은 최대 4개를 키울 수 있고, 이 중 2개는 친구를 초대해야 키울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
우측 하단의 물이 있는 만큼 키우는 작물에 물을 줄 수 있는데 물을 줄수록 한 번 주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첫 번째 물주기는 10초 가량이나 세 번째 물주기는 10분이 소요된다.)
작물을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물을 충전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출석체크 (4일차부터 제공)
2. 행운룰렛 돌리기
3. 친구 초대 등 미션 수행
여기서 가장 많은 물을 획득할 수 있는건 1. 마이컬리팜 알림 동의와 2. 친구 초대이다.
디폴트로 제공하고 있는 물이 12개여서 이 물로 작물에 물을 주었는데 양파는 총 세 번만에 수확을 할 수 있었다.
1개를 수확하기 위해 물을 몇 번 주어야 하는지 안내가 되어 있지 않아서 일단 해봤는데 단 세 번만에 수확을 할 수 있게 되어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수확이 쉬워서 '벌써 양파를 받는건가?' 싶었는데 양파를 받기 위해 총 230개의 양파를 수확해야 하는데 나는 고작 1개를 수확한 것이었다. (1개 당 3번의 물을 주어야 수확할 수 있으므로, 양파 교환 쿠폰을 얻기 위해서는 690개의 물이 필요하다. 갈 길이 굉장히 멀다.)
마이컬리팜을 해보면서 떠오르는 서비스가 하나 있었다.
바로 올웨이즈의 '올팜' 이다.
올웨이즈는 공동구매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올팜'은 올웨이즈의 부가적인 기능으로 게임 요소를 가미하여 농작물을 선택해 키우고 수확을 하면 집으로 보내주는(보상) 서비스이다.
내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것도 사실 공동구매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올팜을 하기 위함이었다.
올웨이도 그렇고 올팜도 그렇고 이커머스에 앱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커머스만 게이미피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 커머스를 비롯하여 헬스케어 산업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앱 내의 체류시간의 증가와 신규 고객의 유입 때문이다.
신규 고객의 유입은 어느 도메인이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유입이 되어야 서비스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친구 초대를 하여 리퍼럴을 올릴 수 있고, 수익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도 올팜을 하기 위해 올웨이즈를 다운로드 받았으니, 신규 고객의 유입이 더욱 상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용자들이 공짜로 작물을 수확하여 가져가는 것 같지만, 서비스 제공자 측면에서는 그렇게 유입된 고객들이 어쨌든 한 번은 더 서비스를 둘러보고, 또 다른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더 큰 이익을 보게 된다.
올팜은 작물 수확에 필요한 물이나 비료를 공동구매 상품 리스트를 30초 이상 탐색하거나, 또는 공동구매에 참여했을 때 보상으로 주는데 이러한 부분이 게임을 통해 증가하는 앱 내의 체류시간이 주요 서비스의 수익도 증가하는 구조로 잘 구성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마켓컬리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부분 때문에 도입하였을 것이다.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컬리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할 경우 앱 내의 체류시간과 신규 고객의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였을 것이며, 이 덕분인지 3분기 매출이 역대 최대라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컬리 멤버스가 수익 모델 중 하나일텐데 바로 옆에 '마이컬리팜' 배너를 노출한 것도 그만큼 현재 서비스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최근에 나온 서비스이기 때문에 유입을 높이기 위해 접근성이 좋은 자리에 위치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의 긍정적인 효과를 생각하면 전자도 납득이 되는 방식일 것으로 생각된다.)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게임을 적용시킨다는 접근 방식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게임의 속성을 고려하여 앱 내 체류기간과 신규 고객의 유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가설부터 게임 정책까지 세운 것을 생각하면 정말 수많은 고민이 들어갔을 것 같다. 사실, 실제로 이용하면서 '올팜'은 게임 내에 너무 많은 요소가 있어 복잡했고 '마이컬리팜'은 좀 더 친절한 요소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개의 유사한 서비스가 앞으로는 또 어떤 가설과 검증으로 발전해나갈지 기대가 된다.